게임 장르 분류는 대체로 표현형 기반이다. 조작 방식, 화면 구조, UI 구성, 시각적 형태가 주된 기준이 된다. 이 방식은 직관적이고 플레이어의 게임 선택을 예측하는 데 유용하지만, 게임의 설계 구조를 결정하는 메커니즘 계통과는 자주 불일치한다.
이는 생물학에서 표현형 중심 분류가 진화적 친연 관계를 잘못 반영하며 측계통군을 만들어내는 문제와 닮아 있다. 측계통군이란 공통 조상은 포함하지만 그 후손 전체를 포함하지 못하는 분류다.
표현형적으로 분류된 장르에는 다음과 같은 허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형 아래에는 의사결정 구조, 자동화 루프, 트리거-시너지 체계, 성장 곡선 같은 메커니즘 구조가 플레이어 경험을 지탱하고 있다. 메커니즘의 진화는 이 레이어에서 이루어지며, 게임 간의 관계 역시 이 계통을 기준으로 설명하는 편이 더 적확하다.
표현형과 계통이 어긋나는 현상은 발라트로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발라트로는 외형적으로는 로그라이크 덱빌딩에 가깝지만, 실제 작동 원리는 자동화된 트리거 처리, 조건 세팅 기반의 연쇄 실행, 비선형 성장 등 오토배틀러 계열의 메커니즘에 더 가깝다. 표현형은 덱빌딩이지만 계통은 오토배틀러적 구조에 가깝다는 점에서, 발라트로는 표현형–계통 불일치의 사례다. 이는 이후 발라트로의 성공을 따라 등장한 발라트로라이크 게임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발라트로를 표현형 그대로 로그라이크 덱빌딩 게임으로 해석하고 계승하려 한 게임들에서는 설계적 허점이 드러난다. 발라트로에서 포커 규칙은 익숙한 입력 형식에 가깝다. 핵심은 그 입력을 트리거 체인에 넣고, 자동 처리 루프와 시너지 기반 누적, 비선형 성장 곡선을 통해 경험을 증폭시키는 구조에 있다. 따라서 수행의 복잡도나 플레이 기반 시너지 설계만 강화한 게임들은 구조적으로 애매해지기 쉽다. 반대로 자동 처리 루프, 시너지 기반 누적, 성장 곡선 같은 오토배틀러의 계통적 구조를 계승한 게임들, 대표적으로 Ballionaire는 표현형이 달라도 발라트로의 핵심 경험을 재현할 수 있다.
우리는 살아남은 게임을 레퍼런스로 삼기 때문에, 측계통군이라는 관점은 “어떤 형질이 쌍으로만 존재해야 생존 가능한가”를 드러낸다. 깃털과 날개가 분리된 채로 남아 있는 종이 없는 것처럼, 높은 학습곡선과 익숙한 테마, 고반복 구조와 로그라이크식 업그레이드처럼 장르가 분화되며 쌍으로만 발견되는 형질들은 단독으로는 경험에 불리한 속성일 수 있다. 이들은 결합될 때 비로소 기능하는 구조다.
어류에서 포유류가 되었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가 아가미를 버렸어도 유선형의 몸과 지느러미를 유지하는 것처럼, 발라트로도 집주인이 너무해의 계보를 타면서 표현형을 로그라이크 덱빌딩으로 가져온 뒤, 유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형질만을 재조합했다. 그 과정에서 선택된 카드적 컴포넌트와 스테이지 기반 진행은 이 표현형을 설득력 있게 유지시키는 데 필요한 짝 형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