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ha's notes

게임 장르를 측계통군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Game Design

게임 장르 분류는 표현형 기반이다. 조작 방식, 화면 구조, UI 구성, 시각적 형태가 주된 기준이다. 이 방식은 직관이고 플레이어의 게임 선택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지만 게임의 설계 구조를 결정하는 메커니즘 계통과는 자주 불일치한다.

생물학에서 표현형 중심 분류가 진화적 친연 관계를 잘못 반영하며 측계통군을 만드는 것과 동일한 문제다.

현상학적으로 분류된 장르는 다음의 허점이 있다.

  • 계통적으로 가까운 후손을 포함하지 못함
    표현형 변화가 큰 후손은 다른 장르로 분리되고, 원류 장르는 공통 조상의 후손 전체를 담지 못한다.
  • 계통적으로 먼 게임을 표현형 때문에 묶음
    겉모습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의사결정 구조가 전혀 다른 게임들이 같은 장르로 취급된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형 아래에는 의사결정 구조, 자동화 루프, 트리거-시너지 체계, 성장 곡선 같은 메커니즘 구조가 플레이어 경험을 지탱하고 있다. 메커니즘의 진보는 이 레이어에서 이루어지며, 게임 간의 관계는 이 계통을 기준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적확하다.

표현형과 계통이 어긋나는 현상을 설명할 때 발라트로를 예로 들 수 있다. 발라트로는 외형적으로는 로그라이크 덱빌딩이지만, 실제 작동 원리는 자동화된 트리거 처리, 조건 세팅 기반의 연쇄 실행, 비선형 성장 등 오토배틀러 계열의 메커니즘과 더 가깝다. 표현형은 덱빌딩이지만 계통은 오토배틀러적 구조에 가깝다는 점에서 표현형–계통 불일치 사례다. 이는 이후 발라트로의 성공으로 우후죽순처럼 나온 발라트로-라이크 게임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표현형대로 발라트로를 로그라이크 덱빌딩 게임으로서 해석하고 이 관점에서 계승하려 시도한 게임들은 설계적인 허점이 들어난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포커 규칙을 제외하면 인풋을 트리거 체인에 넣는 발라트로와 달리 수행의 복잡도를 올리고 플레이를 통한 시너지 구조를 설계한 게임들은 구조적인 허점으로 애매한 게임으로 나왔고, 반대로 자동 처리 루프, 시너지 기반 누적, 성장 곡선 같은 오토배틀러의 계통적 구조를 가져간 게임들(대표적으로 Ballionaire) 은 표현형이 달라도 발라트로의 핵심 경험을 재현한다.

우리는 살아남은 게임을 레퍼런스로 삼기 때문에 측계통군이라는 필터는 “어떤 형질이 쌍으로만 존재해야 생존 가능한가”를 드러낸다. 깃털과 날개가 분리된 채로 남아 있는 종이 없는 것처럼, 높은 학습곡선과 익숙한 테마, 고반복 구조와 로그라이크식 업그레이드처럼 장르가 분화되며 쌍으로만 발견되는 형질들은 단독으로는 경험에 불리한 속성이며 결합될 때 비로소 기능하는 구조다. 어류에서 포유류가 되었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가 아가미를 버렸어도 유선형의 몸과 지느러미를 유지하는 것처럼, 발라트로도 집주인이 너무해 의 계보를 타면서 표현형을 로그라이크 덱빌딩으로 가져온 뒤 유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형질만을 재조합했다. 그 과정에서 선택된 카드적 컴포넌트 와 스테이지 기반 진행은 이 표현형을 설득력 있게 유지시키는 데 필요한 짝 형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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